같은 원자, 다른 순서로 재료의 한계를 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포항공과대학교 연구팀이 원자층의 조성 배열을 정밀하게 설계해 금속과 초박막 절연재료에 새로운 기능을 구현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2026년 10월 2일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되었다. 연구팀은 포항공과대학교 이대수, 이길호, 최시영 교수와 숭실대학교 박세영 교수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기존의 원소를 섞거나 비율을 바꾸는 방식 대신, 원자층을 쌓는 순서만 변경하여 재료의 특성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개발하였다.
연구팀은 금속과 초박막 절연재료의 전자적 성질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기존의 방법을 극복하기 위해 '선택적 원자 기울기' 설계법을 도입하였다. 이 방법은 원자층마다 특정 원자의 비율을 두께 방향으로 조금씩 변화시켜 원자들이 한쪽 방향으로 치우치도록 하여 극성을 형성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먼저 이 설계법을 금속 박막에 적용하여 전기가 잘 흐르는 기존 성질을 유지하면서도 전류의 방향에 따라 저항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하였다. 원자층의 배열 순서를 바꾸면 저항 차이의 방향도 반전되었다. 이는 제작 단계에서 재료의 전기적 방향성을 조절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어 약 5.1나노미터(nm) 두께의 초박막 절연재료에 이 방법을 적용하였고, 그 결과 누설전류가 크게 줄어들었으며 전기 에너지를 저장하는 능력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었다. 특히 온도 변화를 전기 신호로 바꾸는 성능이 비슷한 두께의 비교 박막보다 약 100배 높게 나타났다. 원자층의 배열 순서를 뒤집으면 온도 변화로 발생하는 전기 신호의 방향도 함께 반전되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전류 방향에 따라 다르게 작동하는 전자소자, 누설전류를 줄인 차세대 반도체용 초박막 절연막, 온도 변화를 감지하는 적외선·열 센서 등의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총괄한 이대수 교수는 새로운 원소를 더하지 않고도 원자를 쌓는 순서만 바꿔 재료의 원래 장점은 살리면서 새로운 기능을 더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김성수 연구개발정책실장은 이번 성과가 물질의 근본적인 성질을 탐구하는 기초연구가 소재 설계의 새로운 해법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하였다. 그는 연구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원리를 탐구하고 도전적인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기초연구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기초연구사업(핵심연구 및 선도연구센터)'으로 수행되었으며, 연구 기관은 포항공과대학교 물리학과이다. 교신저자는 이대수 교수이며, 제1저자는 김상현 통합과정이다. 연구의 책임자는 박시정 과장으로, 담당자는 서동근 주무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