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업체 동원해 모듈러교실 1,300억 규모 입찰담합 적발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특정업체가 가족과 친족으로 구성된 업체들과 공모해 모듈러교실 입찰담합을 한 사실이 적발됐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정일연, 이하 국민권익위)는 전국 초·중·고에 카탈로그 계약방식으로 공급한 모듈러교실을 특정업체가 가족과 친족으로 구성된 업체들과 공모해 입찰담합한 행위를 적발하고 공정거래위원회, 경찰청, 조달청, 각 시·도 교육청 등 관계기관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모듈러교실은 공장에서 골조, 마감재, 기계 및 전기설비 등을 규격화하여 제작한 뒤 현장으로 운송해 조립·설치하여 완성하는 임시 학교 교실이다.
카탈로그 계약이란 상품의 기능이나 특징·조건·가격 등을 설명한 카탈로그를 계약업체들이 제시하고, 수요기관은 제시된 카탈로그를 기반으로 필요한 서비스에 대한 견적을 요청하고 계약업체가 제안한 서비스의 규격·가격 등을 평가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의 용역계약이다.
카탈로그 계약의 경우 수요기관에서 입찰 참가업체에 제안가격(기초금액)을 제시해야 하나, 제안가격 산정에 관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교육기관별로 카탈로그 등록 업체로부터 견적을 제출받아 그 금액을 토대로 제안가격으로 산정함에 따라, 수요기관이 제시하는 제안가격 자체가 높게 형성되어 낙찰가격이 상승하는 주요 원인이 됐다.
전국의 모든 교육청이 카탈로그 계약을 통해 입찰한 것은 아니며, 일부 교육청의 경우 모듈러교실을 모두 총액입찰 제도를 통해 제안서 평가로 선정된 우수업체와 계약하여 본 실태조사에서 적발된 바와 같이 특정업체들에 의한 입찰담합은 발생하지 않았다.
ㄱ·ㄴ업체가 2022년 7월부터 2026년 7월까지 4년간 입찰담합한 규모는 총 99건 1,300억 원에 달했고, 총액 입찰 방식과 비교해 카탈로그 계약 방식의 경우 모듈당 최대 3배 이상 가격이 높아지는 등 공공재정에 큰 손실을 초래했다.
카탈로그 계약과 총액 계약과의 물품 가격 차이는 다음과 같다. 카탈로그 계약의 경우 모듈당 금액이 21,857,143원에서 67,200,000원으로 형성되었고, 총액 입찰의 경우에는 17,187,500원에서 22,200,000원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는 올해 3월 모듈러교실 카탈로그 계약과 관련된 ㄱ업체의 입찰비리 신고를 접수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해당 신고는 ㄱ업체와 유착된 관계사들이 ○○교육청에서 발주한 모듈러교실 카탈로그 계약에 함께 참여해 가격경쟁 왜곡 및 물품의 가격 상승 등 공정한 경쟁의 기회가 박탈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실태조사 개요에 따르면 조사기간은 2026년 5월 1일부터 8월 28일까지였으며, 조사대상은 2022년 7월부터 2026년 7월까지의 기간 동안 ㄱ, ㄴ업체와 관련된 모듈러교실 카탈로그 계약 99건 중 33건을 표본 조사하였다.
조사 내용은 서면조사(계약서류 등) 및 현장조사(교육기관, 생산공장 등)로 진행되었다. 국민권익위는 해당 신고를 조사하던 중 ㄱ업체가 체결한 ○○교육청 외에도 유사한 계약담합 비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ㄱ업체 및 ㄴ업체와 체결한 전국 13개 지역 계약 324건 중 33건을 선별하여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실태조사 결과, ㄱ업체와 유착관계에 있는 ㄴ·ㄷ업체는 2020년 ㄱ업체에서 분할되어 가족·친족들이 대표와 임원으로 있는 특수관계 회사들로서 ㄱ업체 대표는 친족과 함께 ㄴ업체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고, ㄷ업체 대표는 ㄱ업체 대표의 배우자였다.
이러한 특수관계를 이용해 ㄱ업체와 ㄴ업체는 최근 4년간 전체 카탈로그 계약 발주물량 324건의 약 31%인 99건을 독점 계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별로는 담합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ㄱ업체가 76건 1,000억 원, ㄴ업체는 총 23건 293억 원 규모인 것으로 드러났고, ㄷ업체는 입찰담합에는 가담했으나 수주 실적이 없어 들러리 역할만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조달 관련 규정에 따르면, 경쟁입찰 과정에서 특정인의 낙찰을 위해 입찰가격을 상의하여 투찰하는 행위는 금지됨에도, ㄱ업체 대표는 자신의 배우자와 친족을 내세워 ㄴ·ㄷ업체와 가격담합을 통해 입찰에 반복적으로 참여해 고의로 입찰가격을 높거나 낮게 투찰하는 방법 등으로 ㄱ업체 또는 ㄴ업체의 낙찰을 유도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입찰담합 주요 사례로는 A학교 교장이 직접 주도해 특정업체(ㄱ·ㄴ·ㄷ업체)의 견적가만 반영해 제안가격(기초가격)을 산정한 후 현실적으로 입찰이 어려운 업체 2개사를 들러리로 입찰에 참가시키고, 실제 제안서 제출은 특정업체(ㄱ·ㄴ·ㄷ업체)만 실시하여 ㄱ업체의 낙찰을 유도한 사례가 있다.
또한 ㄱ업체가 B학교를 방문하여 학교 측과 사전 공모하여 제안가격을 산정한 후 유사한 방식으로 ㄱ업체의 낙찰을 유도한 사례도 확인되었다.
ㄱ·ㄴ·ㄷ업체 외에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과 사전 담합하여 고의로 입찰가격을 높거나 낮게 투찰하는 방법으로 ㄱ 또는 ㄴ업체가 낙찰된 경우도 있었다.
교육기관에서 ㄱ업체에 유리한 평가항목을 채택함으로써 ㄱ업체의 낙찰을 유도한 사례도 있었다.
모듈러교실에 대한 교육기관들의 검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모듈러교실은 건축자재 및 비품 등에서 환경오염물질 방출량이 높아 학생들과 교사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사용 전 2회 이상 실내공기질 측정을 하도록 계약서 및 과업지시서에 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육기관에서 납품업체 부담으로 실내공기질을 측정토록 한 후 그 결과를 제출받고 있어, 측정 결과가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한편, ㄱ업체는 계약조건에 따라 제품을 직접 생산해야 함에도 ㄱ업체 대신 ㄴ업체의 공장에서 모듈러 제품을 생산·납품하고 수익을 분배해왔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국민권익위는 이번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담합 등 입찰비리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 및 추가 비리 적발을 위해 해당 부패신고사건을 공정거래위원회, 경찰청, 조달청 및 시·도 교육청 등 관계기관에 이첩했다.
위반혐의에 대한 관계기관 이첩 현황은 다음과 같다. 입찰 담합은 특정업체들이 행한 입찰담합 등 행위 조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첩하였고, 수사는 특정업체들의 직접생산기준 위반, 교육기관 소속 공직자 등의 업무방해 및 입찰담합 등 혐의를 경찰청에 이첩하였다.
제재 및 환수는 특정업체들에 대한 부정당업자 제재와 부당이득 환수 여부 조사를 조달청에 이첩하였으며, 조사 및 감사는 특혜 및 관리·감독 소홀(검수 태만 등) 등 특정업체들과 체결한 계약의 전수조사 및 규정 위반자 징계 등을 시·도 교육청에 이첩하였다.
아울러, 이러한 부패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계약 단계별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 조달청과 시·도 교육청에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