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일거리 아닌 진짜 현역, 수화기 너머 이웃 지키는 어르신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정책뉴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이 날을 맞아 고령자 통계와 노인일자리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정책뉴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국가데이터처가 1일 발표한 '2026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112만 5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21.6%다. 65세 이상 비중이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하는 UN 기준에 비춰 보면, 우리 사회는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고령인구 비중은 2036년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일하고 싶어 하는 노인도 늘고 있다. 65~79세 고령자 가운데 앞으로도 일하기를 원하는 비중은 58.7%로 1년 전보다 1.1%p 높아졌다. 일하려는 이유로는 '생활비 보탬'(50.4%)이 가장 많았지만, '일하는 즐거움'(38.7%)을 꼽는 비중도 늘어나는 추세다. 생계를 잇는 일은 지금도 노인일자리의 중요한 몫이다. 동시에 현장에서는 그 너머의 변화도 감지된다. 평생 쌓은 경력과 경험으로 위기에 놓인 이웃을 붙드는 일, 누군가의 곁을 지키는 '돌봄'의 자리에 서는 일이다. 노인일자리는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될 수 있을까.
가을 하늘 아래 펼쳐진 노인일자리의 '오늘'
지난 9월 21~22일, 쾌청한 가을 하늘 아래 서울광장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주관한 '2026 노인일자리 주간'의 국민참여관 '노익짱 페스티벌' 현장이다. 광장에는 약 30개 부스가 들어섰다. 안전·돌봄·환경·디지털 분야의 노인일자리를 소개하는 테마관, 노인일자리 사업단이 만든 제품을 전시·판매하는 생산품관, 일자리 정보와 취업 상담을 제공하는 정보관 등이다. 일자리에 관심을 갖고 찾아온 어르신부터 광장 주변을 지나던 직장인까지 부스마다 발길이 이어졌다.
노인일자리 주간은 2019년 처음 열렸다. 그사이 노인일자리 사업 규모도 커졌다. 2004년 2만 5000개로 출발한 일자리는 올해 115만 2000개에 이른다. 정부는 내년 118만 개로 일자리를 확대할 계획이다. '2026 노인일자리주간'을 맞아 '노익짱 페스티벌'행사가 열린 서울광장에 시민들이 모여있다. 2026.9.21 (사진=한국노인인력개발원) 그동안 행사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묻자 조홍영 한국노인인력개발원 홍보기획부장은 '무게중심'이 옮겨갔다고 답했다.
"처음에는 노인일자리 사업에 대한 인식 개선이 주된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어르신들의 경험과 경륜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알리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요. 어르신들이 공공서비스 영역 곳곳에서 괄목할 만한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거든요." 올해 행사는 두 분야에 힘을 실었다. 지역 통합돌봄의 기반을 다지는 일자리, 그리고 자원 재생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보탬이 되는 일자리다. 개발원이 올해 표준화를 추진하는 사업들이기도 하다.
조 부장은 앞으로의 방향도 짚었다. 올해 노인일자리 가운데 10개 중 6개 가량은 '공익활동형'으로, 후기 고령자의 생계를 받치는 역할을 한다. 조 부장은 여기에 은퇴를 맞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역량이 더해져야 한다고 봤다. "40여 년간 쌓아온 경험과 경륜이 다음 세대에게 물려져야 하지 않을까요?" 정부 역시 이번 주간을 열며 노인일자리가 소득 보완을 넘어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고 삶의 활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시니어들의 경험과 경륜은 현장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 서울 양천구의 서서울생명의전화를 찾았다.
"누군가에겐 이 전화가 마지막일 수 있습니다"
서서울생명의전화에서 시니어 자살예방상담사로 활동하는 박종천 씨(69세)의 하루는 아내와 함께하는 건강 체조로 시작한다. 부부는 이곳에서 나란히 상담사로 일한다. 건강 체조는 그날의 상담을 거뜬히 해내기 위한 준비다. 그는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상담을 맡는다. 사무실 벽에는 포스터 한 장이 붙어 있다. '누군가에겐 이 전화가 마지막일 수 있습니다.' 박 상담사가 가장 자주 들여다보는 문구다.
"전화를 걸어온 분이 마지막 용기를 낸 것일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그분 입장에서, 정성을 다해 답하려고 합니다." 1998년 문을 연 서서울생명의전화는 자살 예방을 위한 전화상담을 하는 민간 비영리단체다. 상담전화는 1년 365일, 24시간 열려 있다. 30년 가까이 이곳을 이끌어 온 김인숙 이사장은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지 않는 '전화'이기에 더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오간다고 했다.
이곳은 2021년부터 노인일자리와 손을 잡았다. 지역 노인일자리 수행기관인 양천시니어클럽과 수요처 협약을 맺었고, 2023년부터 시니어 상담사들이 실제 상담전화를 받기 시작했다. 기관이 눈여겨본 것은 어르신들이 살아온 시간이었다. 김 이사장은 "시니어 상담사로는 직업생활을 하신 분들도 많이 계시고, 사회복지나 상담에 관심이 있어 공부하셨던 분들이 우선적으로 참여하셨다"며 "삶의 경험과 연륜을 기반으로 상담에 참여하기에 좋은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허심탄회한 이야기들을 받아내는 '품'이 시니어 상담사의 강점이라는 것이다. 다만, 상담사가 되고 싶다고 누구나 곧바로 상담석에 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생명의전화와 양천시니어클럽이 정한 상담교육을 모두 수료해야 하고, 활동하는 동안에도 보수교육과 상담사례 회의에 참여한다. 올해는 양천시니어클럽 '행복상담사' 사업단 소속 15명이 노인역량활용사업 참여자로 활동한다.
이들은 시간대를 나눠 상담전화를 받는다. 삶의 위기에 놓인 누군가가 수화기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그 목소리를 받는 사람이 이들이다.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고, 위급하다고 판단되면 지자체와 소방서 등 유관기관으로 연결한다. 한 통의 전화가 더 큰 도움으로 이어지는 첫 고리인 셈이다. 이들은 하루 3시간씩, 한 달에 60시간을 수화기 앞에서 보낸다.
은퇴 뒤, 다시 '현역'으로
또 다른 상담사 이한하 씨(76세)는 공직을 거쳐 기업 임원으로 일하다 2021년, 일흔을 넘겨 은퇴했다. 은퇴 뒤에는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인생 후반을 보내겠다는 바람을 오래 품어왔다. 그 바람을 이룰 방법을 찾아 구청에 문의했고, 시니어클럽을 안내받아 이 일을 시작했다. 올해로 2년째다. 이 상담사는 생명의전화를 '인생 통합 상담 창구'라고 표현했다. 자살 위기만이 아니라 가족·이웃과의 갈등, 경력 단절, 진로 고민까지 삶의 전반에서 생기는 위기가 수화기를 타고 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공부를 멈추지 않는다. 공감과 경청은 기본이고, 그 위에 지식을 쌓는다. "정말 불특정 다수의 전화가 걸려와요. 이 전화가 정신건강의학의 영역인지, 심리상담의 영역인지 잘 판단하려고 책을 수없이 보게 됩니다." 그는 전문 서적까지 읽고 요약하며 상담을 준비한다. 서서울생명의전화 시니어 상담사 이한하 씨가 업무시간 전 필독한다는 '상담사가 꼭 기억해야 할 세 가지' 2026.9.30 (사진=정책브리핑) 지난해 그가 받은 상담은 600건 가량이다. 그중 내담자도, 자신도 만족했다고 느낀 상담이 450건쯤, 아쉬움이 남은 상담이 50건쯤이었다. "만족스럽지 못했던 전화는 끝나고 나서 계속 '이렇게 할걸' 하게 돼요. 그걸 줄이려고 공부를 계속하는 것 같습니다."
아내와 건강 체조로 하루를 열었던 박종천 상담사는 올해로 4년차 시니어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직장에서 은퇴한 그는 어느 날 신문에서 우리나라 자살률이 OECD 최고 수준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은퇴 후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고민을 하던 무렵 양천시니어클럽의 교육 안내가 눈에 들어왔다. 두 달 반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봉사활동으로 이른바 '트레이닝'을 거친 뒤, 이 일자리에 들어왔다. '오는 전화는 다 받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박 상담사는 지금까지 4000건에 가까운 상담을 했다. 다른 상담사들보다 건수가 많은 편이고, 그만큼 다양한 삶을 만났다.
두 상담사 모두 대상자와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 나이가 상담의 자산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 상담사는 "상담은 장르가 없어요. 전천후여야 하죠. 40년 넘게 사회생활을 했으니 젊은 친구들의 고민도 들어줄 수 있고, 그 경험이 소통에 큰 도움이 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상담을 묻자 이 상담사는 또래 내담자와의 통화를 꼽았다. 같은 처지의 마음으로 이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