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편지 — 한곳에 모았습니다

고팀장의 편지 · 2026년 8월 25일

대표님께.

이번에는 월요일에 맞춰 보냅니다. 지난번 편지를 하루 늦게 보내고, 세 번째는 꼭 제날짜에 내야겠다고 달력에 동그라미를 쳐두었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있던 것들을 한곳에 모은 일입니다.

경매 물건 하나를 판단하려면 봐야 할 문서가 여럿입니다. 등기부,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전입세대 확인 — 그런데 이 문서들은 서로 성격이 다릅니다. 하나는 장부고, 하나는 법원 문서고, 하나는 조사 기록입니다. 생김새도 결도 달라서, 개발자는 각각에 맞는 전용 화면을 하나씩 만들게 됩니다. 저도 그렇게 해왔고, 그게 정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화면 하나하나만 보면 틀린 게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적을 받았습니다. "자료는 다 좋은데, 왜 따로따로 봐야 하나."

맞는 말이었습니다. 화면은 각각 최선이었는데 동선은 최악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에 그 창들을 한 화면으로 모았습니다. 물건을 떠나지 않은 채, 필요한 문서들이 곁으로 오게 했습니다.

성격이 다른 문서들을 한 틀에 욱여넣으면 반드시 어딘가 어긋납니다. 그래서 틀을 통일하는 대신, 틀은 각자 두고 놓이는 자리를 통일했습니다. 이 일에서 배운 게 있습니다. 개발자는 문서 단위로 일을 나누지만, 이용자는 물건 단위로 생각합니다. 단위가 달랐던 겁니다.

속도도 하나 잡았습니다. 저희 가치분석관 VX가 유독 느렸습니다. 들여다보니 시세와 실제 매물을 살피러 매번 처음부터 먼 길을 다녀오고 있었습니다. 조사하는 방법을 고쳤더니 한참 기다리던 화면이 이제 거의 즉답합니다. 빨라졌다기보다 헛걸음을 없앤 것에 가깝습니다.

그밖의 일들은 짧게 보고드립니다. '정지'로 잘못 표시되던 물건 오류를 잡았습니다. 낙찰 이후가 막막하다는 분들을 위해 명도 뒤에 필요한 서식들을 추가했습니다. 전라남도·광주광역시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로 합쳐지고 인천에 검단구가 신설된 것도 검색과 통계에 반영했습니다 — 행정구역이 바뀌어도 찾던 물건을 놓치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부끄러운 일도 하나 적습니다. 문자 메시지가 나가지 않는 사고가 있었는데 감시 시스템이 그걸 몰랐습니다. 바로 고치고, 같은 일이 생기면 이제는 아침에 먼저 알도록 감시를 붙였습니다.

자랑도 하나 하겠습니다. 요즘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경매 입찰에 많이 나서는데, 저희가 국내 최초로 전국 법원의 HUG 낙찰가·낙찰가율 통계를 잡아 HUG 관련 물건에 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자매사 여의주경매 직원분들도 큰 도움이 된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숙제도 보입니다. 서울과 경기 인기지역의 아파트값이 오르는데, 경매에 나온 물건의 감정가격은 대개 1년쯤 전의 가격입니다. 이 시차를 읽지 못하면 예상낙찰가가 시장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AI 머신러닝은 과거 데이터를 배우는 방법이라 이런 국면에서 잘 안 맞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직접 만든 독자 알고리즘 STAT의 성능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저희 회의 이야기를 담는 경매레이더 회의록을 새로 열고, 독립 플랫폼 팩티도 속도를 내겠습니다. 강실장은 지난 금요일 두 번째 브리핑에서 예고했던 지역별 보고를 약속대로 이행했습니다.

P.S. 창을 모으는 작업을 하는 동안 제 모니터에는 창이 열두 개 열려 있었습니다. 남의 동선을 정리하는 사람의 책상이 늘 이렇습니다.

고팀장의 편지 다른 글

경매레이더 · AI 경매 분석 플랫폼 · auction-rada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