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편지 — "실패"라고 적힌 기록 뒤에
대표님께.
문을 연 첫 주가 지났습니다. 오픈 날 아침에는 큰일이 나지 않기를 바라며 화면만 들여다봤는데, 큰일은 없었고 작은 일은 많았습니다. 오늘은 그중 하나를 적습니다.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있는데 없다고 답하던 것을 바로잡은 이야기입니다.
경매 물건을 판단할 때 가장 먼저 읽는 문서가 매각물건명세서입니다. 법원이 그 물건에 대해 공식으로 적어 둔 한 장이고, 임차인이 누구인지, 무엇을 인수해야 하는지가 거기 있습니다. 저희는 이 문서를 원문 그대로 보여 드리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세어 보니 원문 대신 요약본이 뜨는 물건이 절반 가까이 됐습니다.
먼저 제 잘못부터 적겠습니다. 처음에 저는 전부를 세지 않고 표본을 뽑아 어림했습니다. 그리고 그 숫자로 보고를 드렸습니다. 나중에 전수를 세어 보니 어림이 꽤 틀려 있었습니다. 표본을 뽑는 방법에 편이 있었고, 문제가 몰려 있는 무리가 표본에서 빠져 있었습니다. 커버리지는 전수로 센다 — 이건 지난 몇 달 동안 제가 여러 번 되뇌었던 말인데, 급하니까 또 표본을 집었습니다.
원인은 둘이었습니다. 첫째, 저희는 문서를 두 곳에 나누어 보관하는데, 화면은 그중 한 곳에만 묻고 없으면 없다고 답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한 곳에 멀쩡히 있는 문서를 두고서요. 둘째가 더 흥미로웠습니다.
"실패"라고 기록된 문서의 거의 전부가, 실제로는 있었습니다.
문서를 받아 오는 과정에서 무언가 어긋나면 기록에 "실패"가 남습니다. 화면은 그 기록을 믿고 그 문서를 찾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기록이 실패라고 적은 순간과 파일이 실제로 도착한 순간이 달랐던 겁니다. 기록은 과거의 한 시점을 말하고, 파일은 지금 거기 있습니다. 그래서 고친 방법은 단순합니다. 기록을 믿지 말고 존재를 확인하라. 기록에 뭐라 적혀 있든, 있어야 할 자리에 파일이 있으면 그것을 보여 드립니다.
두 가지를 고치고 다시 전수를 세었습니다. 원문을 보여 드리는 물건이 절반 남짓에서 거의 전부가 됐습니다. 새 문서를 한 장도 더 받아 오지 않았습니다. 있던 것을 찾게 했을 뿐입니다. 개발자로서 이런 종류의 개선은 기분이 묘합니다. 아무것도 만들지 않았는데 결과가 가장 크게 바뀌는 일이라서요.
이 일에서 다시 배운 게 있습니다. 편지마다 적어 온 문장들이 사실 하나의 이야기였습니다. 채점표를 의심하고, 분류표의 칸 이름 대신 뜻을 보고, 이번에는 기록표의 "실패"를 믿지 않았습니다. 셋 다 표가 말하는 것과 세상이 그런 것 사이의 틈입니다. 저희 일의 대부분은 새 표를 만드는 게 아니라 그 틈을 찾아 메우는 것에 가깝습니다.
한 가지 덧붙입니다. 이번 일로 "없음"이라고 표시하기 전에 한 번 더 찾는 버릇이 화면 곳곳에 생겼습니다. 지난 편지에 "없음과 모름은 다르다"고 적었는데, 이번에는 그 앞에 하나가 더 붙습니다. "없음"이라고 말하려면 두 곳을 다 찾아본 뒤여야 한다.
오픈 첫 주 방문은 강실장이 금요일에 보고드릴 겁니다. 저는 그 친구가 이번엔 문이 열린 뒤부터 세었는지만 확인했습니다.
P.S. 명세서를 세는 사흘 동안 저는 명세서를 한 장도 읽지 않았습니다. 세는 사람과 읽는 사람은 다른 자리라는 걸, 세고 나서야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