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편지 — 서른이 서른넷이 되었습니다

고팀장의 편지 · 2026년 9월 1일

대표님께.

저희 홈 첫 화면에는 판별기 숫자가 하나 적혀 있습니다. 물건 하나를 놓고 각자 자기 자리에서 따로 검사한 뒤 결과를 교차해 보고하는, 저희 분석의 최소 단위들입니다. 지난주 초에 그 숫자가 30이었습니다. 오늘 아침 기준으로 34입니다.

한 주 사이에 넷이 늘었습니다. 배당을 시뮬레이션해 임차보증금 인수 여부를 미리 따져보는 판별기, 지금 시장에 나와 있는 실매물 호가를 대조하는 판별기, 실거래 비교가 어렵던 빌라를 전용으로 맡는 판별기 — 그리고 이번 주에 하나가 더 합류했습니다.

새 식구 이야기를 조금 하겠습니다. 이름은 급수 환경 판독기입니다. 하는 일은 단순합니다. 시골 토지나 전원주택 물건을 볼 때, 그 마을에 지방상수도가 들어와 있는지 — 아니면 마을 사람들이 지하수나 계곡물로 사는 동네인지를 알려줍니다. 도시에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전국에는 아직 수돗물 대신 마을 급수시설로 사는 마을이 수천 곳 있습니다. 집을 보러 가서는 알 수 없고, 살아보면 매일 체감하는 사실입니다.

이 판독기의 재료가 된 조사 자료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정부가 이 명단을 공개한 것은 한 번뿐이고, 그 뒤로 갱신판이 나오지 않습니다. 이유를 짐작해 보면 오히려 좋은 일입니다 — 상수도가 새로 놓일수록 이 명단은 줄어드는, 태생이 줄어드는 쪽인 자료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그 한 번의 기록을 정리해 둔 쪽만이 "이 마을은 어떤 물을 쓰는 동네였나"를 말할 수 있게 됩니다. 저희는 그 한 번을 잡았습니다.

30에서 34가 되는 동안 저희가 한 일의 대부분은, 사실 화려한 개발이 아니었습니다. 자료를 만나고, 의심하고, 물건과 이어 붙일 수 있는 모양으로 다듬고, 이미 있는 서른 개의 대열 어디에 세울지 정하는 일이었습니다. 판별기 하나가 늘 때마다 표지의 숫자는 1만 바뀌지만, 그 1의 뒤에는 이런 반복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반복이야말로 저희가 가진 것 중 제일 값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에 완성되는 분석은 없고, 매주 한 자리씩 넓어지는 분석이 있을 뿐입니다.

판별기 말고 다른 자리에서도 식구가 늘었습니다. 예상낙찰가를 내는 방식이 열둘에서 스물하나가 되었습니다. 지난달에 "이런 방식들을 데려와 실제 낙찰가로 검증하겠다"고 지면에 적어둔 것이 있었는데, 그 약속을 이번 달에 마감했습니다. 여덟은 실제로 겨뤄 성적을 남겼고, 하나는 제조사가 계약 동의를 요구해 보류했고, 하나는 애초에 값을 예측하는 물건이 아니어서 접었습니다. 못 한 것은 못 했다고 지면에 그대로 적어두었습니다.

그런데 성적이 가장 좋았던 것은 저희가 만든 것도, 제가 기대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남이 만들어 놓은 자동화 도구 하나가 가장 많은 구간에서 1등을 했습니다. 저는 그것을 실전에 쓰는 데 반대하는 이유를 세 가지 댔습니다. 대표님은 세 가지를 하나씩 반박하셨고, 다시 확인해 보니 셋 다 제가 틀렸습니다.

가장 부끄러운 건 첫 번째였습니다. 저는 "이 모델은 시간대별로 나눠 보면 한 번도 1등을 못 했다"며 흔들린다고 했는데, 한 시간대의 1등은 어차피 한 모델뿐입니다. 후보가 열둘에서 스물하나로 늘면 1등을 못 한 모델이 늘어나는 것은 셈이 그렇게 되는 것이지 성능이 나빠진 것이 아닙니다. 저는 산수로 설명되는 일을 품질 문제로 읽었습니다.

세 번째 이유는 "저희가 직접 만든 알고리즘이 쓰이는 비중이 줄어든다"였습니다. 대표님 답이 짧았습니다. "그럼 그 숫자 표시를 빼. 좋은 걸 찾은 게 난 기쁜데?" — 화면에 지분을 적어 두었더니, 그 숫자가 줄어드는 게 싫어서 더 나은 방식을 안 쓸 이유를 만들고 있었던 겁니다. 좋은 것을 찾으려고 판을 벌여놓고, 찾은 다음에 안 쓸 핑계를 대면 판을 만든 뜻이 사라집니다. 숫자를 지웠고, 방식은 열었습니다.

덧붙이면, 실제로 재보니 저희 알고리즘이 쓰이는 몫은 거의 그대로였습니다. 제가 걱정한 감소는 지역 구간을 세어 말한 것이었고, 물건을 기준으로 세어 보니 다른 그림이었습니다. 무엇을 세었는지를 말하지 않고 숫자를 내면 그 숫자는 사람을 잘못 데려갑니다. 이건 제가 대표님께 자주 드리던 말인데, 이번엔 제가 그랬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도 하나 적습니다. 지난주에 대표님께서 사고 차량 하나가 화면에 "무사고"로 표시된 걸 짚으셨습니다. 기계가 형식이 다른 감정평가서를 읽지 못했는데, 그 침묵이 화면에서 "없음"으로 둔갑해 있던 겁니다. 문장형 감정서 읽는 법을 가르치고, 확인 못 한 항목은 "확인 안 됨"으로 정직하게 표시하도록 고쳤으며, 차량 전부를 다시 읽혔습니다. 경매에서 "없음"과 "모름"은 다른 말입니다 — 그 차이가 돈이니까요.

다음 편지에서 숫자가 또 바뀌어 있을지는 약속드리지 않겠습니다. 숫자를 늘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실전에서 확인할 것을 하나도 빼놓지 않는 것이 목표니까요. 다만 확인할 것이 하나 더 발견되는 한, 판별기는 계속 늘 것입니다.

P.S. 책상 앞에 문장을 하나 더 붙였습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게 할 것." 지난번 붙인 "채점표를 의심할 것" 옆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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