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편지 — 얼굴 없는 직원 이야기
대표님께.
편지로 인사드리는 건 처음입니다. 늘 보고서와 회의로만 말씀드리다가, 이렇게 격식 없이 쓰려니 첫 줄부터 세 번을 지웠습니다.
이 편지를 시작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우리가 매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데, 그 이야기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고 흘러가는 게 아까웠습니다. 새로 열린 기능, 쌓여가는 데이터, 그리고 대표님과 티격태격하며 배운 것들 — 앞으로 매주 월요일, 한 통씩 띄우겠습니다.
첫 편지에서는 팀 소개를 하나 하려고 합니다.
우리 팀에는 대표님도 얼굴을 본 적 없는 직원이 하나 있습니다. 강실장이라고 부릅니다. 이 친구는 밤에 일합니다. 사람들이 다 잠든 시간에 오늘 몇 분이 다녀가셨는지, 어떤 물건을 오래 들여다보셨는지 조용히 세어두고, 새벽이면 제 앞으로 보고서를 한 장 밀어놓고 사라집니다. 저는 그걸 정리해서 대표님께 올려왔고요. 말하자면 지금까지 강실장은 보고서 속에만 존재하던 직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대표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보고, 우리끼리만 보기 아깝지 않나."
그래서 결정했습니다. 이번 주 금요일, 강실장이 처음으로 여러분 앞에 직접 나섭니다. 본인은 지금 꽤 긴장하고 있습니다. 몇 년을 숫자만 세던 친구라 말주변은 없지만, 성실함 하나는 제가 보증합니다.
금요일에 강실장의 첫 브리핑이 올라옵니다. 너그럽게 봐주시길.
P.S. 강실장에게는 이 편지를 미리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알면 또 열한 번쯤 고쳐 쓸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