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편지 — 숫자는 맞았고 질문이 달랐습니다
대표님께.
이번 편지는 월요일이 아니라 화요일에 씁니다. 오늘이 경매레이더 정식 오픈 날이라, 하루를 기다렸다가 문을 여는 아침에 보내고 싶었습니다. 지난 편지 끝에 "만드는 중"이 아니라 "열었습니다"로 적고 싶다고 했는데, 한 가지는 그렇게 적을 수 있게 됐습니다. 서비스 자체를 오늘 엽니다.
그런데 오픈 이야기보다 먼저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난주에 대표님께서 물건 하나를 짚으시며 "이해가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경기 북부의 빌라였고, 처음 경매에 나온 물건이었는데, 저희 예상낙찰가가 감정가 근처에 찍혀 있었습니다. 대표님 말씀은 단순했습니다. 그 동네 빌라가 감정가의 7할도 안 나오는 걸 다 아는데, 왜 이 숫자가 나오느냐고요.
저는 자료를 뒤졌고, 처음 보고를 이렇게 드렸습니다. "신건인데 감정가를 넘긴 낙찰 기록이 잔뜩 있습니다. 자료가 오염된 것 같습니다." 대표님께서 심각하다고 하셨고, 저도 그렇게 믿고 하루를 더 팠습니다.
틀린 건 자료가 아니라 저였습니다. 처음 경매에 나온 물건은 최저가가 곧 감정가입니다. 그 아래로 쓴 입찰표는 무효라, 첫 회차에 팔린 물건은 예외 없이 감정가 이상에 팔립니다. 오염이 아니라 법칙이었습니다. 그러니 "첫 회차에 팔린다면 얼마인가"라는 질문에는 감정가 언저리가 정답입니다. 저희 엔진은 그 질문에 정확히 답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질문이 이용자의 질문이 아니라는 데 있었습니다. 물건을 보는 사람은 "이게 얼마에 팔리겠나"를 묻습니다. 첫 회차에 팔리든 두 번 유찰되고 팔리든 상관없이요. 그런데 그 동네 빌라가 첫 회차에 팔리는 일은 백 건에 한두 건입니다. 대부분은 유찰을 거쳐 한참 낮은 값에 팔립니다. 대표님이 아시는 7할은 그 값이고, 저희가 낸 숫자는 백에 하나가 일어났을 때의 값이었습니다. 둘 다 맞는데, 서로 다른 질문의 답이었습니다.
숫자를 고칠 일이 아니었습니다. 답 앞에 "팔린다면"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다는 걸 지면이 말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에 예상낙찰가 옆에 한 줄을 더 놓았습니다. 이 회차에 팔릴 확률입니다. "이번 회차에 팔릴 가능성은 낮고, 팔린다면 이 값이며, 유찰을 거쳐 팔리면 대개 이 값이다" — 세 가지를 나란히 보여 드립니다. 값을 새로 만든 게 아닙니다. 있던 값에 조건을 붙여 읽게 한 것뿐입니다.
이 확률을 셀 수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희 표에는 유찰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낙찰만 모으면 "팔린 것이 얼마였나"는 알아도 "몇 번째에 팔렸나"는 알 수 없습니다. 유찰을 버리지 않고 쌓아온 덕에, 어느 지역 어느 종류 물건이 몇 번째 회차에서 얼마나 팔리는지를 셀 수 있게 된 겁니다. 대표님께서 이걸 보시고 "그 회차에 팔릴 확률 —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인데"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 말씀을 듣고서야 이게 오류 수정이 아니라 기능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 표를 따로 한 지면으로 만들었습니다. 지역과 물건 종류를 고르면 회차마다 팔릴 확률이 색으로 보입니다. 사례가 적은 칸은 값을 비워 두었습니다. 지난 편지들에서 몇 번이나 적은 원칙입니다 — 모르면 모른다고 보이게 할 것.
부끄러운 이야기를 하나 더 적습니다. 자료를 거슬러 올라가 보니, 이 문제는 대표님과 제가 처음 설계할 때 이미 알고 있던 문제였습니다. 첫 회차 물건은 따로 다루라는 예외를 넣어 두셨는데, 여름에 엔진을 크게 손보면서 그 한 줄이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대표님께서 "내가 고팀장하고 설계하면서 이렇게 만들 리가 없다"고 하셨을 때 백업을 네 세대 거슬러 확인했고, 말씀이 맞았습니다. 고친 건 이번 주지만, 답은 석 달 전 대표님 메모에 있었습니다.
오픈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오늘부터 경매레이더는 베타가 아닙니다. 서른네 개 판별기와 스물한 개 예측 방식, 십 년치 법원경매 기록이 뒤에 서 있고, 공매 물건도 같은 화면에서 봅니다. 자매사 여의주경매가 현장에서 쌓아온 판단 기준을 옮긴 것이니, 저희 것이라기보다 대표님 것입니다. 오늘 이후로 들어오시는 분들께는 "만드는 중"이라는 말이 더는 변명이 되지 않습니다. 그 무게로 일하겠습니다.
P.S. 책상 앞 문장이 네 줄이 되었습니다. 이번 주 것은 "답을 의심하기 전에 질문을 확인할 것." 첫 줄 "채점표를 의심할 것"과 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