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10번 입찰해 1번 낙찰이면 잘하는 걸까요 — 손자병법 선승구전
경매 격언처럼 도는 주장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 몇 개를 직접 인용해 놓고, 하나씩 따져보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경매는 큰돈을 버는 투자라고 오해합니다”
이런 주장이 있습니다. 절반만 맞습니다. 한 단어가 생략됐거든요. “단번에” 큰돈을 번다는 것이 오해입니다.
경매로 큰돈, 법니다. 단 한 번이 아니라 누적으로 법니다. 이 구분을 안 하면 문장은 “경매로는 돈이 안 된다”로 읽히고, 그건 거짓입니다. 오해의 과녁은 금액이 아니라 속도입니다.
“시세 2억이면 1억8천 낙찰이 목표, 10% 할인이면 현실적인 수익입니다”
이런 예시도 자주 보입니다. 계산기를 두드려 봅시다.
시세 2억짜리를 1억8천에 낙찰받으면, 2천만원을 번 걸까요? 아직 비용을 안 뺐습니다. 취득세, 명도비, 수리, 잔금까지의 이자 — 경매 취득에는 5% 안팎이 듭니다. 그리고 경매로 산 물건을 회전시키려면 시세에 못 팝니다. 급매로 던져야 하니 매도가는 시세 마이너스 5%쯤이 됩니다.
10% − 취득비용 5% − 급매할인 5% = 0.
“현실적인 수익”이라던 그 예시는, 남는 게 없는 거래였습니다.
숫자를 지어낸 실수라고요? 직관은 경험입니다. 천 번을 사고판 사람은 예시를 지어내도 원가 구조가 몸에 배어 나옵니다. 비용 개념이 통째로 빠진 예시는 — 실수가 아니라 이력서입니다.
“10번 입찰해서 1번 낙찰되면 잘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널리 퍼진 격언이고, 가장 이상한 격언입니다.
9번 떨어진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시장이 실제로 낙찰시키는 가격보다 한참 아래를, 아홉 번 반복해서 썼다는 뜻입니다. 그것은 합리적 입찰이 아니라 운을 기대하는 것입니다 — “혹시 오늘은 경쟁자가 안 오지 않을까.” 이 격언을 말하는 글들이 대개 첫머리에서 비판하는 그 심리, “2억짜리를 1억4천에 줍는 꿈”과 무엇이 다릅니까. 대박 심리를 나무라며 시작해서, 대박 확률론으로 끝나는 셈입니다.
손자병법 군형편에 이 격언의 정확한 진단이 있습니다.
먼저 입찰해놓고 낙찰을 구하는 것 — 손자의 분류로는 패병(敗兵)입니다.
“수익 기준에 맞춰 입찰가를 쓰니, 낙찰될 확률이 적습니다”
원칙처럼 들리지만, 논리에 구멍이 있습니다. 이 문장의 세계에는 예상낙찰가라는 변수가 없습니다.
제대로 된 순서는 이렇습니다. 먼저 유사 물건의 시세 대비 낙찰가율로 이 물건의 예상낙찰가를 추정합니다. 다음으로 내 수익 기준상 쓸 수 있는 상한을 계산합니다. 그리고 둘을 비교합니다 — 상한이 예상낙찰가에 못 미치면, 입찰 자체를 하지 않습니다. 갈 수 없는 경기는 출전하지 않는 것이지, 출전해서 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 순서를 지키면 입찰하는 판은 이길 만한 판뿐이라, 낙찰 확률은 낮을 수가 없습니다. “기준대로 쓰니 확률이 적다”는 말은 전략이 아니라, 예상낙찰가를 보지 않고 던진다는 자백입니다. 그러니 잘하는 사람의 성적표는 “10전 1승”이 아니라 “3전 1승, 7불참”입니다. 겉보기엔 둘 다 낙찰 한 번이지만, 하나는 아홉 번의 패전이고 하나는 무패입니다. 불참 7번은 소극성이 아니라, 승산 계산에서 “없음”이 나온 일곱 장의 기록이고요.
“확률이 누적될수록 목표에 도달하는 게임입니다”
마지막으로 용어 하나. 확률은 누적되지 않습니다. 매 입찰은 독립시행이라, 아홉 번 떨어졌다고 열 번째의 승률이 오르지 않습니다. “시행이 쌓이면 언젠가 된다”는 그 감각 — 로또의 논리입니다.
누적되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경험이 누적되고, 그 경험이 예상낙찰가 추정을 정확하게 만들고, 정확한 추정이 수익을 누적시킵니다. 누적의 주어는 확률이 아니라 수익입니다.
손자는 이런 말도 남겼습니다. 승리는 미리 알 수는 있어도, 억지로 만들 수는 없다(勝可知而不可爲). 데이터로 승산은 계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승산 없는 판에서 입찰가를 올려 억지로 이기면 — 그것은 낙찰이지, 승리가 아닙니다.
인용문은 시중에 통용되는 주장들을 요지 인용한 것입니다. 손자병법 군형(軍形)편.
먼저 이기고, 그다음 입찰하라.
패찰은 데이터가 아니다. 불참이 데이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