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가, 2등과 차이가 크면 잘못 쓴 걸까요
“2등과 근소하게 차이 나야 잘 쓴 것”이라고들 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2억짜리 물건이 있다고 합시다. 두 번 유찰되어 최저가는 9,800만원까지 내려왔습니다. 1등은 1억5,000만원에 낙찰받았고, 2등은 1억4,500만원을 적어냈습니다.
자, 내가 그 1등입니다. 그러면 나는 5,000만원을 번 걸까요, 아니면 2등보다 500만원 더 썼으니 — 500만원을 손해 본 걸까요?
“좀 더 낮게 쓸걸” 싶어집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합니다. 그럼 2등은 지금 얼마나 상심하고 있을까. 그도 “좀 더 쓸걸” 하며 후회하고 있을 텐데. 머리가 어지러워집니다. 솔직히, 누구나 낙찰받고 나면 이 계산을 합니다. 밤에 누워서도 합니다.
그런데 이 어지러운 계산에는, 처음부터 빠져 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1등과 2등의 진짜 차이
1등은 이익을 실현합니다. 2등은 실현하지 못합니다.
겨우 500만원 차이였지만 — 한 사람은 2억짜리를 손에 쥐었고, 다른 한 사람은 빈손으로 집에 갑니다. 2등은, 백 번을 해도 손에 쥐는 것이 없습니다.
그 차이는 손해가 아니라, 이익의 감소입니다
이 미로의 밑바닥에는 하나의 느낌이 있습니다. “그 차이만큼 손해 봤다”는 느낌.
그 마음, 일부는 압니다. 덜 쓸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요. 그 아쉬움까지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해둡시다. 그것은 손해가 아니라 이익의 감소입니다. 손해는 가진 것에서 마이너스로 내려가는 것이고, 이익 감소는 플러스가 조금 줄어드는 것입니다. 1등은 어쨌든 물건을 손에 쥐었고 이익을 현실로 실현했습니다. 500만원 덜 벌었을 뿐, 잃은 것이 아닙니다.
그럼 2등은요? 2등은 500만원을 아낀 것이 아닙니다. 아무것도 손에 쥐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2등도 지금쯤 후회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 “600만원만 더 쓸걸.” 근소하게 이긴 자는 “덜 쓸걸” 후회하고, 근소하게 진 자는 “더 쓸걸” 후회한다면, 그 후회에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남는 것은 하나입니다. 물건을 손에 쥔 사람이 이겼다는 것.
이 착각이 얼마나 힘이 센지는 데이터가 보여줍니다. 낙찰받고도 대금 납부를 포기한 사례들을 조사해 보면, 2등과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경우가 상당수입니다. 보증금을 통째로 몰수당하면서까지 포기합니다. 이익 감소를 손해로 착각한 나머지, 멀쩡한 이익을 걷어차고 확실한 손해를 스스로 택하는 것입니다.
이익이 줄어든 것을 손해로 착각하면, 진짜 손해를 부른다.
왜 그토록 “2등과 근소하게”에 매달릴까요
이유는 하나로 모입니다. 시장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옆 사람과 경쟁한다고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남을 딱 한 뼘 차이로 눌렀다는 쾌감, 그 아슬아슬함의 재미 — 전부 옆 사람을 향한 시선입니다. 게다가 2등 금액은 낙찰 후에야 알 수 있으니, 애초에 맞힐 수도 없는 것을 조준하는 셈이고요.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위를 봐야 할 때, 아래를 보는 것입니다.
낙찰가를 정할 때 올려다봐야 할 것은 시장가입니다. 이 물건이 시장에서 얼마에 팔리고 얼마의 이익이 남는가 — 그 위를 봐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꾸 아래를, 2등을 내려다봅니다. “2등보다만 한 뼘 높게”를 조준합니다. 그러니 “2등보다 500만원 높게 쓴다”는 그 계산은 처음부터 허깨비를 붙든 것입니다. 견줄 것은 옆자리의 2등이 아니라, 2억이라는 시장입니다.
문제는 그가 적어낸 금액이 아니라, 그가 바라본 방향이었습니다. 최저가가 아니라 시세를, 옆 사람이 아니라 시장을 봤어야 했습니다.
위를 봐야 할 자리에서 아래를 보면, 이기고도 진다.
그렇다면 시장가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그 이야기는 따로 한 편으로 준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