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넘어간 집의 세입자, 열에 셋은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그 집은 결국 법원 경매로 갑니다. 집이 팔리면 법원은 판 돈을 정해진 순서대로 나눠 줍니다. 이것을 배당이라고 합니다. 세입자가 보증금을 얼마나 돌려받았는지는 이 배당표에 남습니다.
경매레이더가 모은 법원 배당표에서 2019~2023년에 배당이 끝난 주택 경매의 세입자 15,184명을 살펴보았습니다. 낙찰과 함께 임차권이 사라져, 배당으로만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었던 사람들입니다. 보증금을 모두 돌려받은 사람은 30.6%였습니다. 39.7%는 일부만 받았고, 29.6%는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경매로 넘어간 집의 세입자, 열에 셋은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한 사람이 돌려받은 몫의 중앙값은 배당을 요구한 보증금의 51%입니다. 보증금 1억원을 맡긴 세입자라면 5,100만원을 돌려받은 셈입니다. 이 숫자는 집이 팔린 뒤의 이야기라, 그 앞의 이사와 소송, 배당을 기다린 시간은 들어 있지 않습니다.
보증금 5천만~1억원 구간이 가장 적게 돌려받았습니다
보증금이 5천만~1억원인 세입자는 전액을 돌려받은 사람이 15.0%뿐이었고, 35.7%는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돌려받은 몫의 중앙값은 36%입니다. 네 구간 가운데 가장 나쁩니다.
보증금이 작은 쪽은 사정이 조금 낫습니다. 법은 보증금이 일정 금액 이하인 세입자에게 다른 빚보다 먼저 일부를 돌려주는데(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 5천만원 미만 세입자의 중앙값은 55%였습니다. 2억원 이상은 77.7%가 전액을 돌려받았습니다.
주택 종류로 나누면 오피스텔이 가장 나쁩니다. 오피스텔 세입자 3,933명 가운데 42.2%가 한 푼도 받지 못했고, 돌려받은 몫의 중앙값은 36%입니다. 아파트(24.5%)와 빌라(24.7%)는 넷에 하나꼴이었습니다.
경매가 시작됐다면 이미 늦은 것입니다
저는 이 숫자를 전세사기와 깡통전세가 끝나는 자리의 기록으로 봅니다. 세입자에게 경매는 보증금을 지키는 절차가 아니라, 남은 것을 나누는 절차입니다. 그 자리에서 열에 셋은 빈손으로 나왔습니다.
가장 많이 잃은 사람이 5천만~1억원 보증금의 세입자, 오피스텔 세입자라는 것도 무겁게 봅니다. 큰 집을 살 형편은 안 되고, 월세보다 전세로 돈을 모으려던 사람들입니다. 사회에 막 나온 젊은 세대와 서민이 많은 자리라고 봅니다. 이 사람들의 보증금이 사라지면 집을 넓혀 가는 사다리의 첫 칸이 무너집니다.
이 기록은 대부분 2021~2022년 배당입니다. 전세사기 피해가 본격적으로 경매에 나온 2024년 이후 사건은 아직 배당이 끝나지 않아 거의 들어 있지 않습니다. 앞으로 쌓일 배당표가 이보다 나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24호의 인천에서는 감정가 1억원 미만 주택이, 26호의 부산에서는 1~2억원대 아파트가 가장 빠르게 늘었고, 25호의 세종에서는 임차권등기가 많은 도시형 생활주택이 경매에 열 배 넘게 나왔습니다.
그래서 계약하기 전에 같은 숫자를 보자는 것입니다
경매가 시작된 뒤에는 세입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은 대부분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에 있습니다. 경매레이더가 쌓아 온 경매 기록을 계약 전의 세입자에게 돌려드리려고 만든 것이 「공생」(kgong.kr)입니다.
공생은 주소와 보증금을 넣으면 인터넷등기소에서 지금 이 순간의 등기부를 떼어 읽습니다. 보증금이 그 집 값의 몇 %인지를 동네 평균과 견주고, 그 집이 경매로 간다면 회차별로 얼마에 팔렸을지와 그때 내 보증금이 얼마나 돌아올지를 실제 낙찰 기록으로 계산합니다. 전세보증보험의 공개된 가입 요건과도 하나씩 대조합니다. 진단서 화면은 무료입니다.
공생은 계약하라거나 하지 말라고 하지 않습니다. 사기를 치려는 마음은 등기부에 찍히지 않고, 숫자만으로 집주인을 사기꾼으로 몰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세입자가 볼 숫자를 집주인도 똑같이 봅니다. 「집주인도 세입자도, 같은 숫자를 봅니다」라는 말은 그래서 붙였습니다. 정보가 한쪽에만 있을 때 전세사기가 자랍니다.
전세 계약 전에 알아 둘 것은 공생의 「전세사기 예방」 가이드 16편에 국토교통부 안내서를 바탕으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배당표에 남은 1만 5천 명의 기록이, 다음 세입자에게는 도장을 찍기 전의 숫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집계 기준: 경매레이더가 모은 법원 배당표, 아파트·빌라(다세대·연립)·오피스텔·단독·다가구, 2019~2023년 배당. 세입자는 배당표의 임차인·임차권 줄을 한 사람으로 묶어 셌고, 낙찰자가 보증금을 떠안은(인수) 세입자 6,351명은 뺐습니다. 금액은 배당을 요구한 보증금 기준이라 실제 계약 보증금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배당표는 우리가 모은 사건만 담고 있어 전국 전체가 아닙니다. 해석은 필자의 상담·입찰 경험에서 나온 것입니다. 경매레이더 집계(2026년 10월 9일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