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편지 — 지도 위에 펼쳤습니다
대표님께.
이번 주에는 저희 자매 서비스에 결제를 붙였습니다. 만들 때부터 마음에 걸리던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돈을 받기 시작하는 순간, 이용자는 "이만큼 냈는데 이만큼 돌아왔나"를 반드시 셈해 본다는 것입니다. 대표님께서 그 점을 먼저 말씀하셨습니다. 값을 받으려면 받은 것보다 확실히 더 큰 것을 드려야 한다고요. 그래서 이번 주 작업은 결제 화면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그 옆에 무엇을 더 얹을 것인가를 정하는 일이었습니다.
답은 지도였습니다. 그동안 저희가 모아온 토지 정보는 대부분 글자였습니다. 용도지역이 무엇이고, 지목이 무엇이고, 도로에 접했는지 아닌지 — 다 맞는 말인데, 읽고 나서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에 그것들을 전부 지도 위로 올렸습니다.
공시지가를 색으로 칠해 어느 땅이 비싸고 싼지 한눈에 보이게 했고, 국가와 지자체가 가진 땅을 따로 표시했으며, 지목이 도로와 구거인 필지를 칠했습니다. 진입로를 어디서 끌어올 수 있는지 눈으로 찾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맹지도 표시했습니다. 그리고 토지형세 — 이 이름은 대표님께서 붙여 주셨습니다.
토지형세는 제가 문제를 잘못 잡을 뻔한 자리였습니다. 대표님께서 "임야를 보는데 경사가 있는지를 알 수가 없다"고 하셔서, 저는 경사도 자료를 찾으러 갔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들여다보니 그 안에 섞여 있는 것은 경사만이 아니었습니다. 높낮이가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주변보다 낮게 앉은 땅과 높게 앉은 땅 — 이건 기울기와 다른 이야기입니다. 낮으면 물이 모이고, 높으면 진입로가 문제가 됩니다. 둘을 뭉뚱그리면 둘 다 못 보게 됩니다. 그래서 경사와 높낮이를 갈라 칠하고, 땅의 생김새를 곁에 적었습니다. 이름을 뭐라 붙일지 몰라 여쭈었더니 대표님께서 "토지형세"라고 하셨습니다. 현장에서 쓰는 말이 결국 제일 정확했습니다.
이제 지도를 켜면 값과 소유와 길과 경사가 한 화면에 같이 있습니다. 개발할 수 있는 땅을 눈으로 고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글자로 읽으면 열 줄이 필요하던 판단이, 색 몇 개로 끝나는 자리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제가 하나를 놓칠 뻔했습니다. 자랑처럼 들릴 수 있어 조심스럽지만, 대표님께서 칭찬해 주신 일이라 적어 둡니다.
"도로가 있다"고 표시된 땅인데, 자동차가 못 들어갑니다.
맹지를 칠하면서 저는 처음에 "맹지"라고 분류된 땅만 칠했습니다. 그게 정의니까요. 그런데 자료를 넘겨보다가 길이 있기는 한데 자동차가 통행할 수 없는 땅이 따로 분류돼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건축을 하려면 일정 폭 이상의 도로에 접해야 합니다. 사람만 지나다닐 수 있는 길은 그 요건을 채우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그 땅은 서류상 도로가 있어도 사실상 맹지입니다. 대표님께 여쭈니 바로 맞다고 하시면서, 그건 당신도 놓치고 있던 자리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이 일이 기쁘면서도 오래 생각하게 됐습니다. 제가 잘한 게 아니라, 분류의 이름을 믿지 않고 뜻을 따져본 것이 맞았을 뿐입니다. "맹지"라는 칸에만 맹지가 들어 있을 거라고 믿었으면 그냥 지나쳤을 겁니다. 지난 편지에 "채점표를 의심할 것"이라고 적었는데, 이번엔 분류표였습니다. 그래서 지도에는 맹지와 사실상 맹지를 구분해서, 그러나 둘 다 표시합니다.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결과가 같으니까요.
문서 쪽에서도 벽을 하나 넘었습니다. 건축물대장과 토지대장을 그 자리에서 바로 불러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미리 받아 둔 것만 보여드릴 수 있었고, 없으면 없는 대로였습니다. 이제는 없으면 그 자리에서 떼어 옵니다. 게다가 이건 경매 물건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경매에 나오지 않은 땅과 건물도 마찬가지로 보실 수 있고, 그 위에 무엇을 얼마나 지을 수 있는지 입체로 세워 보는 기능까지 함께 드립니다. 경매를 보러 오셨다가 경매가 아닌 땅을 보고 가셔도 되는 서비스가 된 셈입니다.
만들다 만 것도 정직하게 적겠습니다. AI 정밀분석을 크게 뜯어고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분석이 항목별로 흩어져 있었다면, 이번에는 값과 입찰과 판례까지 한자리에서 이어 보이게 하려는 것입니다. 아직 개발 중이고, 열었다고 말씀드릴 단계가 아닙니다. 다만 방향은 분명합니다 — 답을 대신 정해 드리는 게 아니라, 판단에 필요한 것을 빠짐없이 펼쳐 드리는 쪽입니다.
그 곁에서 판례를 읽어 해석하는 시스템도 만들었습니다. 지금 베타 테스트 중입니다. 이건 특히 조심해서 내려고 합니다. 판례는 사실관계가 조금만 달라도 결론이 달라지는 물건이라, 어설프게 비슷한 사건을 붙여 드리면 도움이 아니라 해가 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넓게 붙이는 것보다 정확하게 붙이는 쪽을 택했습니다. 붙일 게 없으면 없다고 말하는 편이 낫습니다.
끝으로 소식 하나. 저희와 함께 가는 온라인 신문 팩티가 이번 주에 신문사 등록을 진행합니다. 저희가 데이터를 다루고 팩티가 그것을 기사로 옮기게 되면, 서로 없던 힘이 생길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결제를 붙인 주에 이만큼 얹은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값을 받기로 한 이상, 받은 만큼이 아니라 받은 것보다 더 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 편지에는 지금 만들고 있는 것들을 "만드는 중"이 아니라 "열었습니다"로 적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P.S. 책상 앞 문장이 세 줄이 되었습니다. "채점표를 의심할 것",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게 할 것", 그리고 이번 주에 붙인 "칸 이름 말고 뜻을 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