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분석, AI로 5분에 끝내는 법
경매를 해볼까 마음먹은 분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무엇일까요?
네, 권리분석입니다.
책을 펼치면 말소기준권리가 나오고, 대항력이 나오고, 유치권이 나옵니다. 몇 장 넘기다 덮게 되지요. 이걸 다 알아야 시작할 수 있다니, 엄두가 안 납니다. 그렇게 발걸음을 돌리며 중얼거리게 됩니다. “좀 더 공부하고 나서.”
그런데 그 ‘좀 더 나중’은, 좀처럼 오지 않더군요.
저도 그 문턱 앞에 서 봤습니다. 그래서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시대가 바뀌었고, 그 문턱은 예전만큼 높지 않습니다.
지식은 공짜가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지식이 희소했습니다. 법조문과 판례를 아는 것 자체가 무기였고, 공부하고 시작하라는 말이 옳았습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모르는 절차도, 낯선 용어도 — AI에게 한 번 물으면 답이 나옵니다.
지식은 공짜가 되었고, 통찰은 더 비싸졌다.
그렇다면 초보가 할 일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공짜가 된 지식을 외우는 데 6개월을 쓸 것이 아니라, 도구에 맡기고 — 아낀 시간을 통찰에 쓰는 것입니다. 오늘은 그 첫걸음, 권리분석을 AI에게 맡기는 순서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원본을 모으세요 — 해석하지 말고요
한 물건에는 다섯 조각이 딸려 있습니다. 매각물건명세서, 감정평가서, 현황조사서, 등기부, 사진. 관심 사건을 열어 PDF를 폴더에 모으면 됩니다. 표는 AI에게 붙여넣고 “정리해줘” 하면 되고요.
원칙은 하나입니다. 모으면서 해석하지 않는 것. “이건 별로니까 건너뛰자” 하고 수집 단계에서 판단을 섞으면 반드시 정보가 샙니다. 원본은 원본대로 저장하고, 해석은 나중에 합니다.
진실의 원천을 정하세요
초보 분들은 등기부부터 파고듭니다. 그런데 경매에서 최종 권위는 매각물건명세서입니다. 법원이 매각 후 권리 하자에 책임을 지기 때문에, 낙찰자가 인수할 위험한 권리는 반드시 명세서에 적히거든요.
등기부는 참고, 명세서가 결론입니다. 이 한 줄만 아셔도 공부할 양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AI에게는 사실만 시키세요
이제 명세서를 AI에게 줍니다. 여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AI 경매 분석 도구를 만들면서 AI가 얼마나 유능한지보다 얼마나 그럴듯하게 틀리는지를 먼저 배웠습니다. AI는 태연하게 거짓말을 합니다. 없는 판례 번호를 자신 있게 지어냅니다.
그래서 물을 때는 이렇게 묶어 주세요.
근거를 인용하게 하고, 모르면 모른다고 답하게 강제하는 것. 이것이 AI를 지렛대로 쓰는 첫 번째 기술입니다.
그리고 명세서에 유치권, 법정지상권, 분묘기지권, 대지권 미등기 같은 단어가 보이면 — 개념은 AI로 익히시되, 혼자 결론 내지 마세요. 초보라면 그 물건은 그냥 지나치시면 됩니다. 세상에 물건은 많으니까요.
다음 편 예고
여기까지 하면 권리는 정리됩니다. 그런데 진짜 승부는 그다음입니다.
권리가 깨끗해도, 비싸게 사면 지는 게임이니까요. 그리고 값을 정하는 일이야말로 — AI를 가장 조심해야 할 자리입니다. AI에게 “적정 입찰가 얼마야?”라고 물으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다음 편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권리분석은 AI에게. 그러나 값은, 사람이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