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를 열기 전까지 — 슈뢰딩거의 고양이
29호에서 초파리 이야기를 했으니, 이번에는 고양이 이야기를 세 번에 나누어 해 보려고 합니다. 물리학을 조금 아는 분이라면 들어 보셨을 "슈뢰딩거의 고양이"입니다. 첫 편은 경매 이야기 없이 고양이 이야기만 하겠습니다. 이 사고실험의 구조를 알아 두시면, 다음 편부터 경매 물건이 조금 다르게 보이실 겁니다.
1935년의 도발
1935년,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가 논문 하나에 짧은 사고실험을 실었습니다. 당시 양자역학의 대표적인 해석(코펜하겐 해석)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주 작은 입자는 관측되기 전에는 가능한 여러 상태가 겹쳐 있고, 관측하는 순간 그 가운데 하나로 정해진다.
슈뢰딩거는 이 설명을 우리 눈에 보이는 큰 세계로 그대로 옮기면 얼마나 이상한 결론이 나오는지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고양이를 상자에 넣었습니다.
상자 안에 넣은 다섯 가지
닫힌 상자 안에 다섯 가지를 넣습니다. 한 시간 안에 붕괴할 확률이 절반인 방사성 원자 하나, 원자가 붕괴하면 그것을 감지하는 가이거 계수기, 계수기와 연결되어 붕괴가 감지되면 떨어지는 망치, 망치에 깨지면 독가스가 퍼지는 독약병,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입니다.

한 시간이 지났을 때 고양이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원자가 붕괴했다면 고양이는 죽었고, 붕괴하지 않았다면 살아 있습니다. 문제는 원자가 붕괴했는지가 관측 전에는 "붕괴함과 붕괴하지 않음이 겹친 상태"라는 데 있습니다. 그 설명을 끝까지 따라가면, 상자를 열기 전의 고양이도 죽음과 삶이 겹쳐 있는 상태라고 말해야 합니다.
상자를 열기 전까지, 고양이는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니다.
상자를 여는 순간
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상자를 열어 들여다보는 바로 그 순간, 겹쳐 있던 상태가 하나로 정해집니다. 관측이 이미 정해진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관측하는 순간에 결과가 정해진다는 것입니다.
슈뢰딩거는 이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 예를 들었습니다. 고양이가 반쯤 살아 있다는 건 상식에 맞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고양이는 그 뒤 90년 가까이 양자역학을 설명하는 가장 유명한 비유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양자컴퓨터의 기본 단위인 큐비트도 측정하기 전에는 0과 1이 겹친 상태로 계산에 쓰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저는 경매 물건을 볼 때 이 상자가 자주 떠오릅니다. 입찰기일 아침, 그 물건의 낙찰가는 어디에도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경매 물건이 왜 닫힌 상자와 닮았는지, 그리고 유찰이 왜 "끝"이 아닌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슈뢰딩거의 사고실험은 1935년 독일 학술지 Naturwissenschaften에 실린 논문 「양자역학의 현재 상황(Die gegenwärtige Situation in der Quantenmechanik)」에 나옵니다. 관측과 결과에 관한 설명은 코펜하겐 해석을 따른 것이며, 양자역학에는 다른 해석들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