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가 — AI에게 물으면 안 되는 것
지난 편에서 권리분석을 AI에게 맡기는 법을 말씀드렸습니다. 원본을 모으고, 명세서를 결론으로 삼고, AI에게는 사실만 시키는 것이었지요.
오늘은 그다음 이야기입니다. 권리가 깨끗해도, 비싸게 사면 지는 게임이니까요.
값은 한 숫자를 믿지 마세요
AI에게 “적정 입찰가 얼마야?”라고 물으면 답은 나옵니다. 그럴듯하게 나오지요.
그런데 그 답은 과거의 실거래가에 묶여 있습니다. 오르는 장에서는 그 가격으로 백 번 써도 패찰하고, 내리는 장에서는 그 가격이 고가 낙찰이 됩니다. 낡은 데이터를 넣으면, 낡은 답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니 순서를 바꿔 보세요. 재료는 여러분이 모으고, 정리만 AI에게 시키는 것입니다. 네이버 호가를 KB시세로 교차검증하고, 국토부 실거래가로 못을 박습니다. 두 값이 15퍼센트 넘게 벌어지면 뭔가 이상한 것이고요. 그 숫자들을 AI에게 주고 이렇게 물어보세요. “이 물건은 저층에 올수리인데, 예상 낙찰가 범위와 그 근거를 보여줘.”
“얼마야?”라고 묻는 사람과, 재료를 주고 “근거를 보여줘”라고 묻는 사람 — 두 사람의 결과는 전혀 다릅니다. 틀린 답을 받으셨다면, 도구를 탓하기 전에 질문을 먼저 돌아보시길 권합니다.
마지막은 발로 확인합니다
AI가 끝내 못 보는 것이 있습니다. 실제 점유자, 체납 관리비, 누수와 곰팡이 냄새, 동네 분위기. 이런 건 현장에서만 보입니다.
다만 임장의 역할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의 임장이 열 번의 시세 조사였다면, 지금의 임장은 두 번의 하자 검증입니다. AI는 후보를 좁히는 데까지, 마지막 판단은 임장이 채웁니다.
돈을 걸기 전에, 종이 위에서 입찰해 보세요
여기까지 읽고도 망설여지신다면, 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시작’과 ‘투자’는 다릅니다. 물건을 검색하고, 명세서를 정리하고, 예상 입찰가를 적어 보는 일 — 이 모든 ‘시작’에는 돈이 한 푼도 들지 않습니다. 돈이 걸리는 것은 마지막의 마지막, 입찰표를 내는 그 순간뿐이니까요.
그러니 오늘부터 종이 위에서 입찰해 보시면 어떨까요? 예상 낙찰가를 적고, 개찰 결과와 대조해 보는 것입니다. 통찰은 그렇게 종이 위에서 먼저 자랍니다. 열 번쯤 맞춰 보고 감이 잡히거든, 그때 진짜 입찰표를 쓰시면 됩니다.
맺으며
AI는 여러분 대신 입찰하지 않습니다. 대신 책임지지도 않습니다. 다만 더 빨리 보고, 더 적게 놓치고, 더 나은 질문을 하게 만들어 줍니다. 경매에서는 그 정도의 차이가, 때로 승부를 가릅니다.
AI는 지렛대이지, 목발이 아니다.
시작은 공짜다. 그러니 시작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