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가 끝자리, 왜 다들 0으로 끝날까요

김대표 인사이트 · 2026년 9월 21일 · 글 김성훈 · 편집 고팀장

축의금 이야기로 시작하겠습니다. 결혼식장에서 6만 5,400원을 내는 사람은 없습니다. 5만 원, 10만 원. 우리는 금액을 계산해서 내는 게 아니라, 의미가 담긴 숫자를 고릅니다. 5는 적당함이고, 10은 정성입니다.

입찰표 앞에 선 사람도 똑같습니다. 다만 결혼식장과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경매에서는 그 습관이 돈이 됩니다.

45만 장의 입찰표를 세어 봤습니다

경매레이더가 2016년 1월부터 2026년 8월까지, 전국 법원의 낙찰 45만 6,651건을 세어 봤습니다.

낙찰가의 천원 자리가 0인 비율 — 69.3%입니다. 열 명 가운데 일곱 명이 "5억 4,200만 원"처럼 딱 떨어지는 숫자를 씁니다. 만원 자리까지 넓혀도 0이 42.4%로 압도적입니다.

수십억이 오가는 입찰표인데, 사람들은 마지막 몇 자리를 계산하지 않습니다. 편안한 숫자로 덮어둡니다.

입찰표에는 가격이 아니라 심리가 적힙니다.

0 다음으로 많은 숫자는, 9였습니다

세다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0 다음으로 많은 끝자리가 5도, 1도 아닌 9입니다. 천원 자리의 8.9%, 만원 자리의 10.4% — 두 자리 모두 2위입니다.

"5억 3,999만 원." 이런 숫자를 쓰는 사람들입니다. 남들이 5억 4,000에 몰릴 것을 알고, 그 옆에 슬쩍 얹는 것이지요.

말하자면 입찰장에는 두 부족이 삽니다. 안심하려고 0을 쓰는 다수와, 그 다수를 피하려고 9를 얹는 소수. 그런데 9를 얹는 사람이 열에 하나라면 — 그 숫자도 이미 붐비는 숫자입니다.

끝자리가 승부를 가른 판이, 이만큼 있습니다

2등의 금액까지 남아 있는 19만 5,022건을 따로 세어 봤습니다.

1등과 2등의 차이가 100만 원이 안 되는 판이 21.4% — 다섯 판에 한 판입니다. 10만 원 미만으로 갈린 판도 6,348건 있었고, 심지어 두 사람이 원 단위까지 똑같은 금액을 써서 추첨으로 낙찰자를 정한 판이 875건입니다. 같은 감정가, 같은 시세를 보면 같은 숫자가 나온다는 것을 이보다 잘 보여주는 숫자는 없을 겁니다.

박빙 4만 1,460판을 더 쪼개 봤습니다. 한쪽은 둥근 숫자를, 한쪽은 끝자리를 살려 쓴 1만 5,511판에서 — 끝자리를 살린 쪽이 8,270판을 이겼습니다. 53.3%. 압도적이진 않습니다. 하지만 수억이 걸린 게임에서 공짜로 얻는 우위라면, 마다할 이유도 없습니다.

한 가지는 정직하게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전체로 보면 승자와 2등의 끝자리 습관은 거의 같습니다. 낙찰자의 천원 자리 0 비율 67.8%, 2등은 69.4%. 필승의 끝자리 같은 건 데이터에 없습니다.

그래서, 셋째·넷째 자리입니다

첫째 자리(억)와 둘째 자리(천만)는 계산의 영역입니다. 감정가와 시세와 수익률로 정하십시오. 거기까지가 가격입니다.

셋째·넷째 자리(만원·천원)는 다릅니다. 가격에는 영향이 거의 없는데, 열에 일곱이 0으로 덮는 자리 — 그래서 승부에는 영향이 있는 자리입니다. 수백만 원, 수십만 원 차이로 1등과 2등이 바뀌는 이유가, 어쩌면 여기에 있을지 모릅니다. 모두가 같은 계산을 하고, 같은 숫자에 내려앉기 때문에.

계산이 끝났다면 마지막 두 자리는 여러분만의 숫자로 채우십시오. 875명은 남과 똑같은 숫자를 쓰고 추첨함 앞에 섰습니다. 몇만 원이면 그 줄에 서지 않을 수 있습니다.

통계 기준: 2016년 1월~2026년 8월 전국 법원 경매 낙찰 456,651건, 이 중 차순위 입찰 금액이 확인되는 195,022건. 박빙 분석은 1·2위 차이 100만 원 미만 41,460건(동액 875건 별도), '둥근 숫자'는 십만 원 단위로 딱 떨어지는 금액. 경매레이더 집계(2026년 8월 25일 기준).

사람은 가격을 쓰지 않는다. 안심을 쓴다.

그리고 경매는, 겹치지 않는 사람에게 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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