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리 뇌도 컴퓨터로 옮기는 시대, 낙찰가는 왜 못 맞출까요

김대표 인사이트 · 2026년 10월 27일 · 글 김성훈 · 편집 고팀장

2024년 10월,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초파리 한 마리의 뇌 지도가 실렸습니다. 깨알보다 작은 뇌 안의 신경세포 약 14만 개와, 그 세포들이 서로 이어진 자리 5천만 개 남짓을 하나하나 그린 지도입니다. 연구진은 이 지도를 그대로 컴퓨터에 옮겨 돌려 보았습니다. 단맛을 느끼면 먹으려고 입을 뻗는 반응 같은 것이 실제 초파리와 비슷하게 나왔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고팀장에게 반쯤 농담으로 물었습니다. 그 가상 초파리에게 낙찰가를 맞추게 하면 어떻겠느냐고요. 돌아온 답은 "어렵고, 쓸 이유도 거의 없습니다"였습니다. 그 이유가 경매를 하는 분들께도 쓸모가 있을 것 같아 옮겨 둡니다.

초파리 뇌는 컴퓨터로 옮길 수 있어도, 그날 입찰장에 누가 올지는 옮길 수 없습니다.

초파리 뇌는 먹이를 찾도록 만들어졌습니다

가상 초파리가 잘하는 것은 진짜 초파리가 하는 일입니다. 냄새를 따라가고, 먹이를 찾고, 위험을 피합니다. 아주 오랜 세월 그 일에 맞춰 다듬어진 회로이기 때문입니다. 감정가나 유찰 회차, 권리관계 같은 것은 그 회로에 들어갈 자리가 없습니다.

억지로 경매 숫자를 넣고 다시 가르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그때부터는 초파리 뇌가 아니라 크기가 작은 평범한 계산기가 됩니다. 진짜 뇌를 베꼈다는 장점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낙찰가는 그날 입찰장에 온 사람들이 정합니다

낙찰가는 감정가나 시세가 정하지 않습니다. 그날 입찰한 사람 가운데 가장 높게 쓴 한 사람이 정합니다. 몇 명이 올지, 그 가운데 누가 얼마나 그 집이 급한지는 어떤 자료에도 미리 적혀 있지 않습니다.

26호에서 본 부산 아파트 경매는 한 건당 평균 응찰자가 석 달 사이 7.72명에서 5.22명으로 바뀌었습니다. 같은 동네, 같은 크기의 아파트라도 그날 몇 명이 들어오느냐에 따라 낙찰가는 달라집니다. 계산하는 방법을 아무리 좋은 것으로 바꿔도, 자료에 없는 정보를 만들어 낼 수는 없습니다. 초파리 뇌든 가장 큰 인공지능이든 마찬가지라고 저는 봅니다.

그래서 값 하나 대신 폭을 보여 드립니다

경매레이더는 실제 낙찰 기록을 바탕으로 예상 낙찰가를 보여 드립니다. 다만 여러 번 유찰된 물건일수록 숫자 하나로 찍지 않고 범위와 상한으로 보여 드립니다. 회차가 깊어질수록 그날 누가 들어오느냐에 따라 값이 크게 갈리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예측이 어렵습니다"라고 그대로 말씀드립니다.

맞춘 척하는 숫자 하나보다, 어디까지는 알 수 있고 어디부터는 모르는지를 아는 쪽이 입찰하는 분께 더 쓸모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르는 부분은 입찰하는 분이 자기 사정으로 채워야 하는 자리입니다.

읽히는 상대는 있습니다

예외도 있습니다. 28호에서 본 HUG가 그렇습니다. HUG는 법원마다 들어오는 회차와 써내는 가격대가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기준을 정해 놓고 움직이는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경매에서 내다볼 수 있는 것은 이렇게 같은 움직임을 되풀이하는 상대입니다. 그런 상대는 신기한 뇌가 아니라, 지난 기록을 빠짐없이 모아야 보입니다.

초파리에게 배울 것이 하나 있다면

초파리는 먹이 냄새가 나면 이리저리 헤매지 않고 그쪽으로 곧장 갑니다. 입찰하는 분께 필요한 것도 비슷하다고 봅니다. 물건을 많이 보는 것보다, 내가 찾는 조건을 먼저 정해 두고 그 조건에 맞는 물건이 나왔을 때 곧장 알아보는 것입니다. 경매레이더의 조건 알림은 그 냄새를 대신 맡아 드리려고 만든 기능입니다.

낙찰가는 초파리도, 저희도 맞출 수 없습니다. 다만 어디까지가 아는 것이고 어디부터가 모르는 것인지는 숫자로 보여 드릴 수 있습니다. 그다음 판단은 입찰하는 분의 몫입니다.

초파리 뇌 지도는 FlyWire 연구진이 2024년 10월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Dorkenwald 외, Schlegel 외)을, 뇌 지도로 만든 계산 모델은 같은 호의 Shiu 외 논문을 요약한 것입니다. 부산 응찰자 수는 26호, HUG 패턴은 28호의 집계를 그대로 옮겼습니다. 해석은 필자의 상담·입찰 경험에서 나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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