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글자 이야기 · 경매·공매

재매각 공고가 붙은 다음 날

문씨가 다세대 한 채를 낙찰받은 것은 봄이었다.

매각허가가 확정되고 대금지급기한 통지서가 왔을 때만 해도 경락잔금대출은 문제없어 보였다.

그런데 첫 은행은 건축물대장의 위반건축물 표시를 이유로 심사를 미뤘고, 두 번째 은행은 한도를 절반으로 깎았다.

기한이 지나자 법원은 재매각기일을 잡았고, 법원경매정보에 그 사건번호가 다시 올라왔다.

입찰보증금 이천만 원이 고스란히 날아갈 판이었다.

문씨는 세 번째 은행에 서류를 다시 냈고, 재매각기일 나흘 전에야 대출이 실행됐다.

지연이자와 절차비용까지 얹어 대금을 내고 나오는 길에, 문씨는 휴대전화에 저장해 둔 재매각 공고 화면을 지웠다.

보증금 봉투를 떠올리며 구사일생이라고 중얼거린 그는 그날 밤 처음으로 열 시간을 잤다.

이 장면의 성어

구사일생 九死一生

독음아홉 구·죽을 사·한 일·날 생
축자아홉 번 죽을 뻔하다 한 번 살아난다
뜻거의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고 겨우 살아남.

글자 노트

生날 생 · 태어나다, 살다, 기르다, 익지 않다 · 생계(生計) · 평생(平生) · 생소(生疏)

다른 무대의 쓰임

거래 — 잔금 전날 매도인 집에 압류가 들어온 것이 드러났지만 등기 직전 풀려, 계약은 구사일생으로 마무리됐다.

이 이야기에 나온 말

경락잔금대출 — 경매 상식에서 보기위반건축물 — 경매 상식에서 보기입찰보증금 — 경매 상식에서 보기

다른 이야기

스터디 모임의 열두 장짜리 화면 · 거두절미맨 앞줄과 맨 뒷줄 · 골육상쟁봉투를 뜯는 손 · 공명정대칠만 원 차이 · 막상막하매각결정기일 하루 전의 문건 · 호사다마책 세 권과 포기한 아파트 · 식자우환낯선 이름에 담긴 사연 · 흥진비래기차 안에서의 기다림 · 마부작침명도 협상 테이블 위의 동전 하나 · 암중모색막차 끊긴 오후의 결정 · 전전긍긍가라앉지 않는 감정평가서 위로 · 전전반측텅 빈 지갑 속의 한숨 · 절치부심네 글자 이야기 전체 보기

표제어·독음은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을 참조했습니다 (CC BY-SA 2.0 KR). 뜻풀이와 이야기는 경매레이더가 직접 작성했습니다. 이야기 속 인물과 사건은 모두 가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