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글자 이야기 · 경매·공매

스터디 모임의 열두 장짜리 화면

목요일 저녁 경매 스터디 모임에서 신입 회원 오씨가 첫 물건 발표를 맡았다.

오씨는 역세권 입지와 학군, 주변 신축 단지 시세까지 화면 열두 장을 넘기며 이십 분째 설명을 이어 갔다.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야 입찰가 산정표가 나왔고, 회원들은 저마다 시계를 보았다.

그때 십 년째 모임을 이끄는 민씨가 손을 들었다.

민씨는 매각물건명세서의 임차인란을 화면에 띄우고 전입일과 근저당 설정일을 나란히 짚었다.

임차인의 전입일이 근저당보다 하루 빨랐고, 배당요구는 하지 않은 상태였다.

거두절미하고 이 집은 보증금 이억을 낙찰자가 떠안는 물건이라는 민씨의 한마디에, 오씨는 조용히 열두 장짜리 화면을 닫았다.

이 장면의 성어

거두절미 去頭截尾

독음갈 거·머리 두·끊을 절·꼬리 미
축자머리와 꼬리를 잘라 낸다
뜻앞뒤 군더더기를 빼고 요점만 말하는 것.

다른 무대의 쓰임

거래 — 매수인은 거두절미하고 잔금일을 한 달 앞당길 테니 오백만 원을 깎아 달라고 했다.

이 이야기에 나온 말

매각물건명세서 — 경매 상식에서 보기배당요구 — 경매 상식에서 보기근저당권 — 경매 상식에서 보기

다른 이야기

재매각 공고가 붙은 다음 날 · 구사일생맨 앞줄과 맨 뒷줄 · 골육상쟁봉투를 뜯는 손 · 공명정대칠만 원 차이 · 막상막하매각결정기일 하루 전의 문건 · 호사다마책 세 권과 포기한 아파트 · 식자우환낯선 이름에 담긴 사연 · 흥진비래새벽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 · 승승장구막차 끊긴 오후의 결정 · 전전긍긍명도 협상 테이블 위의 동전 하나 · 암중모색가라앉지 않는 감정평가서 위로 · 전전반측텅 빈 지갑 속의 한숨 · 절치부심네 글자 이야기 전체 보기

표제어·독음은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을 참조했습니다 (CC BY-SA 2.0 KR). 뜻풀이와 이야기는 경매레이더가 직접 작성했습니다. 이야기 속 인물과 사건은 모두 가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