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글자 이야기 · 경매·공매

수첩의 숫자는 두 번 올라갔다

서류만 보면 평범한 물건이었다.

감정가 3억 2천, 두 번 유찰로 최저가는 2억 448만 원까지 내려와 있었다.

한씨는 입찰 상한을 2억 3천으로 적어 둔 수첩을 들고 임장을 나섰다.

막상 도착해 보니 단지는 서류보다 좋았다.

남향에 지하철역까지 도보 육 분, 하필 그날따라 하늘도 맑아서 거실 창으로 볕이 길게 들어왔다.

돌아오는 길에 수첩의 숫자는 2억 5천이 되었고, 입찰 당일 법정 앞에서 한 번 더 올라갔다.

견물생심은 서류가 아니라 현장에서 오는 모양이었다.

개찰 결과가 어땠는지는, 한씨만 안다.

이 장면의 성어

견물생심 見物生心

독음볼 견·물건 물·날 생·마음 심
축자물건을 보면 마음이 생긴다
뜻물건을 눈으로 직접 보면 갖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뜻. 계획에 없던 욕심이 대상 앞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가리킨다.

글자 노트

見볼 견 · 보다, 보는 방식·관점 · 견해(見解) · 의견(意見) · 편견(偏見) · 발견(發見)
物물건 물 · 물건, 세상에 있는 것 전부 · 만물(萬物) · 물정(物情) · 물색(物色)
生날 생 · 태어나다, 살다, 기르다, 익지 않다 · 생계(生計) · 평생(平生) · 생소(生疏)
心마음 심 · 마음, 한가운데·중심 · 도심(都心) · 핵심(核心) · 심장(心臟)

다른 무대의 쓰임

거래 — 전세를 알아보러 나선 길이었다. 중개사가 '마침 같은 동에 매매로 나온 집이 있다'며 보여 준 남향 집을 다녀온 뒤로, 오씨의 검색창에는 전세 대신 매매가 찍히기 시작했다. 견물생심은 계약서 종류도 바꾼다.

생활 — 소파 하나만 바꾸자고 들어간 매장이었다. 소파 옆의 조명과 러그가 차례로 눈에 들어오더니, 나올 때는 거실 도면이 통째로 다시 그려져 있었다. 견물생심에는 평수 제한이 없다.

이 이야기에 나온 말

감정가 — 경매 상식에서 보기임장 — 경매 상식에서 보기유찰 — 경매 상식에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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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어·독음은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을 참조했습니다 (CC BY-SA 2.0 KR). 뜻풀이와 이야기는 경매레이더가 직접 작성했습니다. 이야기 속 인물과 사건은 모두 가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