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글자 이야기 · 생활
박씨는 할아버지 생신을 앞두고 군청 지적 창구에 들러 옛 토지대장 사본 한 장을 떼었다.
조상 땅 찾기 조회에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지만, 일제강점기 대장에는 증조부 이름 옆에 논 세 필지가 적혀 있었다.
그 이름은 몇 해 뒤 다른 사람 이름으로 바뀌어 있었다.
생신날 사본을 내밀자 할아버지는 돋보기를 쓰고 한참 들여다보았다.
그러고는 어린 시절 가을마다 면사무소 사람들이 마당에 와서 쌀가마를 세어 가던 이야기를 꺼냈다.
공출에 지세에 이런저런 부담금까지 붙자, 증조부는 끝내 빚을 지고 논을 넘겼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종이를 접어 손자에게 돌려주었다.
그 시절은 가렴주구였다는 할아버지의 낮은 목소리에, 박씨는 사본을 지갑 깊숙이 넣었다.
가렴주구 苛斂誅求
| 독음 | 가혹할 가·거둘 렴·벨 주·구할 구 |
|---|---|
| 축자 | 가혹하게 거두고 억지로 빼앗는다 |
| 뜻 | 세금 따위를 가혹하게 거두어 백성을 괴롭히는 것. |
정책·시장 — 지방 재정이 바닥나자 각종 수수료부터 올린 군청을 두고 주민들은 가렴주구라고 반발했다.
표제어·독음은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을 참조했습니다 (CC BY-SA 2.0 KR). 뜻풀이와 이야기는 경매레이더가 직접 작성했습니다. 이야기 속 인물과 사건은 모두 가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