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글자 이야기 · 생활

열한 번째 겨울의 이삿짐

정씨 부부가 그 반지하 셋집에 산 지 열한 해였다.

집주인 할머니는 해마다 보증금을 올리지 않는 대신 김장 김치를 한 통씩 내려보냈다.

지난봄 할머니가 요양병원에 들어가자 집을 물려받은 아들은 집을 팔기로 했고, 계약 만료에 맞춰 이사를 부탁해 왔다.

이삿날 아침, 정씨는 빈방 벽에 남은 달력 자국과 아이 키를 잰 연필 눈금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아내는 마지막 관리비 영수증을 접어 가방에 넣었다.

트럭이 골목을 빠져나갈 때 정씨는 할머니가 앉아 있던 평상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평상은 비어 있었다.

서운해하는 아내에게 정씨는 회자정리라고만 하고, 새 동네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했다.

이 장면의 성어

회자정리 會者定離

독음모일 회·놈 자·정할 정·떠날 리
축자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진다
뜻만남에는 반드시 헤어짐이 따른다는 말.

다른 무대의 쓰임

재개발·재건축 — 이주가 시작되자 삼십 년 이웃들이 하나둘 떠났고, 반장 할머니는 회자정리라며 마지막 반상회 다과를 차렸다.

이 이야기에 나온 말

관리비 항목 — 경매 상식에서 보기관리비 체납 — 경매 상식에서 보기이사 준비 — 경매 상식에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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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어·독음은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을 참조했습니다 (CC BY-SA 2.0 KR). 뜻풀이와 이야기는 경매레이더가 직접 작성했습니다. 이야기 속 인물과 사건은 모두 가공입니다.